리걸테크 이야기 2 – 법률서비스의 이해

법률서비스의 영역: 송무, 비송, 자문

리걸테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법률서비스를 이해해야 한다.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서비스는 크게 송무(訟務, litigation) 비송(非訟, nonlitigation), 자문(咨文, consultation)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변호사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많은 사람들이 법정에서 원고나 피고 또는 피고인을 대신해 변론하는 모습을 생각할 것이다. 이를 송무 업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송무란 양 당사자(원고와 피고 또는 피고인과 검사) 사이에 분쟁이 존재하는 사건과 관련된 일을 의미한다. 민사사건의 당사자는 원고와 피고이며, 형사사건의 당사자는 피고인과 검사(국가)다. 변호사는 원고, 피고, 피고인을 대신해 민형사소송 절차를 대리한다.

반면 비송이란 당사자 사이의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동산 등기다. 부동산을 새롭게 매매하여 취득했을 때, 그 부동산의 소유권이 변동되었음을 등기부에 표시하는 일을 떠올려보자. 이미 양 당사자인 매도인과 매수인이 계약에 동의하여 부동산 매매계약은 이루어졌다. 매수인과 매도인은 소유권이 변동되었음을 법원에 알릴 뿐이다. 이를 법률 용어로 ‘신청사건’이라고 부른다. 법원은 소유권이 변동되었으니 등기를 해달라는 ‘신청’에 형식적 하자가 없는지 판단하고 하자가 없다면 신청을 받아들인다. 변호사는 비송 사건에서 의뢰인을 대신해 법률 서류를 작성하고 이를 법원에 제출한다.

자문이란 말 그대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상담을 의미한다. 변호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조언을 해주는 일이다. 영업이 잘 되는 변호사 사무실은 상담 전화가 끝없이 걸려온다. 개인의 경우에는 변호사 자문을 받을 일이 잘 없지만 기업의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자문을 받기 위해 변호사와 계약을 하기도 하고 사내 변호사를 두기도 한다. 사내 변호사의 숫자는 2021년 기준 약 4,000명으로 30,000명의 변호사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다.

법률서비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변호사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다?

언론이나 미디어에 등장하는 변호사는 ‘말 솜씨가 매우 뛰어난 사람’인 경우가 많다. 법정에서 감동적인 변론을 하여 청중과 배심원을 휘어잡고 재판의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많은 변호사들은 “변호사는 글 쓰는 직업”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변호사 업무의 절반 이상은 글쓰기다. 민사소송법 제248조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함으로써 소를 제기한다고 규정한다. 2,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은 구술로 소를 제기할 수도 있지만 아주 간단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오랜 경력을 가진 변호사들은 달변이기보다는 달필인 경우가 많다. 비문 없이 논리정연하게 방대한 지식과 의견을 글로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다.

게임 역전재판 스크린샷, 캡콤
출처: 게임 역전재판, 캡콤

당연하게도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변호사는 수 없이 많은 판례와 법률 조항, 사건 기록을 읽고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많은 변호사들이 많은 시간을 글을 읽고 쓰는 일에 사용한다. 의뢰인을 만나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읽고 쓰는 행위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법률서비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2): 변호사는 모든 법을 잘 아는 사람이다?

내과에 가서 이가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의사별로 전문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자신의 증상에 해당하는 진료과를 잘 찾아간다. 하지만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변호사라는 자격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법률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변호사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잘 모른다.

실제로 변호사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 중 하나가 지인들의 질문 공세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나면 가까운 친척부터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먼 친척까지 “뭐 하나만 물어보자”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변호사가 모든 법률 분야에 대해 잘 알 수는 없고, 자신이 주력으로 하는 분야만 잘 알다 보니 곤란한 상황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형사 사건만 주로 다루는 변호사에게 민사 사건, 특히 부동산에 대해 물어보면 답을 하기 난감함 처지가 된다. 차마 모른다고 답할 수 없다 보니 힘들게 찾아서 답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 그 분야는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응은 천차만별이라고 하는데, 순순히 알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거 하나 못 알려주냐”고 섭섭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