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뉴스레터 마케팅

스타트업 마케팅 세계의 재미있는 현상

스타트업 마케팅 세계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스타트업이라 부르는 회사에서 주로 영어 이름을 쓰니 대표인 Jack과 마케팅 팀장인 Paul, 마케터인 Tom의 대화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Jack: (요즘 잘 나가는 회사가 새로 시작한 무언가를 캡쳐해서 링크와 함께 보여주며) Paul, Tom 이거 어때요?

Paul: (고민한다. 유명한 회사가 뭔가 시작한 것 같긴 한데…) 음… 괜찮은 것 같네요.

Tom: (팀장이 괜찮다고 하니) 저도 괜찮아 보여요. 그 회사 요즘 잘 나가지 않나요? 얼마 전에 투자도 많이 받았다고 하던데요?

Jack: (왠지 이런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우리도 이런거 해보면 어떨까요?

Paul, Tom: (깊게 고민한다…)

Paul: 한 번 해보죠. 좋을 것 같네요.

Tom: (멘붕)

Paul과 Tom은 잘 나가는 그 회사가 시작한 무언가를 따라하기 위해 열심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왜 해야 하는지 이유는 잘 모른다. 유명한 회사도 하고, 저 회사도 하고, 저기 저 회사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도 잘 모른다. 고생은 실컷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Jack은 또 다른 무언가를 발견한다…

뉴스레터 마케팅

최근 뉴스레터가 핫하다. 별별 뉴스레터가 다 생겨난다. 어딘가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하면 일단 뉴스레터부터 받아보라고 권유하는 상황이 일반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썩 유쾌하지 않지만 치열한 마케팅의 세계에서 당연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마케팅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스타트업이 이렇게 뉴스레터에 자원을 쓰는 일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지금부터 뉴스레터 마케팅에 울고 웃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당신의 브랜드에 딱 맞는 뉴스레터 운영 방법도 알려드리겠다.

사용자는 콘텐츠를 읽지 않는다.

뉴스레터를 읽는 사용자는 메일 콘텐츠를 꼼꼼히 읽지 않는다. 마케터는 항상 내가 만든 콘텐츠를 사용자가 꼼꼼히 읽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버려야 한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콘텐츠를 잘 읽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자칫 잘못 이해하면 ‘콘텐츠를 잘 읽지 않으니까 콘텐츠는 대충 만들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면 ‘내가 콘텐츠에 들이는 노력은 다 헛수고라는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콘텐츠를 만들 때는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야 한다.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콘텐츠를 만들고 맞춤법 검사도 하고 피어 리뷰도 하면서 만든다. 그러면 일부 열성 사용자는 콘텐츠를 열심히 확인하고 좋아해준다. 잘 읽지 않는 사용자는 ‘대부분의 사용자’를 의미한다.

뉴스레터의 목적은 브랜드

사용자의 특성으로 인해 뉴스레터의 목적은 ‘브랜드’로 좁혀진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께서도 마케터로서 여러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 뉴스레터 하나 하나 다 꼼꼼히 읽어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누가(어디서) 보냈지? 무슨 내용이지? 신기한 것 있나? 이 수준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메일을 보관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독 취소를 하지 않는 한 브랜드를 기억에 남기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콘텐츠의 자세한 내용을 구독자의 머리 속에 남기는 일은 불가능하다.

뉴스레터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 정교하게 설계된 드립 캠페인(drip campaign)이 아니면 구매 전환을 유도하기 쉽지 않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보내는 정보성 뉴스레터로 매출을 발생시키고 싶다면 포기하자.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다.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목적은 브랜드다. 브랜드를 널리 알리고, 브랜드의 호감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친숙도를 높인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일이다. 그래서 뉴스레터의 여러 지표에 연연하지 않아도 좋다.

스타트업 뉴스레터, 언제 필요할까?

만약 당신의 브랜드가 직면한 과제가 ‘매출’이나 ‘생존’이라면 뉴스레터 시작하지 말자. 하지만 매출이나 생존 말고 ‘브랜드’라던가 ‘가치’ 같은 고상한 이야기 할 여유가 생겼다면,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적어도 6개월, 1년 이상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면 뉴스레터 시작하자. 뉴스레터를 시작하기 위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뉴스레터를 위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게 아니라, 이미 콘텐츠를 충분히 만들고 있거나 쌓여 있는 콘텐츠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뉴스레터는 일주일에 한 번은 보내야 효과가 생긴다. 뉴스레터 만들어서 보내자고 일주일에 콘텐츠 3~4개씩 생산하기 시작하면 아무 일도 못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되어 버린다. 원래 있는 콘텐츠를 잘 활용하자. 예를 들어 블로그에 하루에 한 개씩 콘텐츠를 올리는 상황이라면 블로그 콘텐츠를 편집해서 보내거나 링크해서 보내줘도 좋다.

뉴스레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기업의 뉴스레터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앞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뉴스레터를 위해 콘텐츠를 만드는게 아니라 원래 만들어 두었던 콘텐츠를 뉴스레터라는 수단에 실어서 보내야 한다. 예를 들면, 블로그를 운영하던 상태에서 뉴스레터 구독자에게 블로그 콘텐츠 중 인기 있었던 콘텐츠를 한 번 다시 공유해주어야 한다. 아니면 인스타그램 브랜디드 계정을 운영하면서 올렸던 포스팅 중 인기 있었던 포스팅을 다시 한 번 이메일로 공유해주어야 한다. 센스 있는 댓글을 캡쳐해서 뉴스레터에 실어주고 댓글 작성자에게 선물을 주면 더 많은 참여를 유도 할 수도 있을 것.

브랜드 특성별 뉴스레터 활용법

브랜드마다 뉴스레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브랜드의 구매 주기가 길다면 뉴스레터가 매우 적절한 마케팅 수단이다. 재구매가 일어날 때까지 뉴스레터를 통해 고객의 브랜드 인지를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어떤 주제를 다뤄도 좋다. 고객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뉴스레터를 지속적으로 보내자. 그리고 구매주기가 길기 때문에 고객이 구독 취소를 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브랜드 초기부터 뉴스레터를 시작하지 말자. 기존 고객층이 탄탄해지고 재구매율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을 때 뉴스레터를 시작해야 한다. 충성 고객 비중이 늘어나서 뉴스레터를 보내더라도 구독 취소를 하지 않을 고객이 많아졌을 때 뉴스레터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경우 구독 취소를 막겠다고 뉴스레터를 통해 경품 증정 이벤트 같은 일을 하지는 말자. 효과가 좋지 않다.

만약 브랜드가 고관여 브랜드라면 블로그나 온라인 카탈로그와 뉴스레터를 결합하면 좋다. 이 경우에는 기존 고객이 아닌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뉴스레터를 보내는 것이다. 이 때는 뉴스레터 발송 간격도 짧아져야 한다. 2~3일에 한 번 뉴스레터를 보내서 브랜드를 고객의 인상에 강하게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 당연히 그만큼 콘텐츠도 많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 때는 정기 뉴스레터가 아닌 캠페인 뉴스레터를 활용해야 한다. 구독자가 되면 정해진 메일을 일정 기간 동안 계획대로 보내는 것이다. 잠재고객을 뉴스레터 구독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히 좋은 정보와 구독을 맞교환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자동차 견적비교 앱이라면 블로그를 통해 ‘전국 OOO 최저가 딜러 정보 메일로 받아보기’ 같은 식으로 구독을 유도한다. 이 때 뉴스레터에 구독 신청하고 고객이 구독 취소하기 전 ‘자동차 구매 전 반드시 알아둬야 할 다섯가지 기본 상식’ 같은 뉴스레터를 또 보낸다.

브랜드 구매주기가 짧고 저관여 브랜드라면 뉴스레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샴푸 같은 생필품 브랜드는 뉴스레터를 운영하지 않아도 좋다. 그리고 주 고객층이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다면 뉴스레터를 이용하지 말자. 예를 들어 전업주부는 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 직장인이 주 고객이라면 뉴스레터가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직장인도 개인 메일은 열심히 확인하지 않는다. 업무용 메일이 뉴스레터의 격전지다.

마치며

스타트업의 자원은 한정적이다. 한정적인 자원을 잘 활용해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지키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때 당신 이야기의 설득력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뉴스레터 마케팅이 필요할 때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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