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boil the ocean. 바닷물을 끓이지 마라.

참고: 야구를 예시로 들기 때문에 야구를 잘 모르시면 읽기 난해하실 수 있습니다.

훌륭한 마케터와 그렇지 않은 마케터는 무엇이 다를까? 제목부터 시작해서 첫 문장까지 알쏭달쏭하다. 야구를 예시로 들어보자. 훌륭한 타자와 그렇지 않은 타자가 있다. 당신은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스카우터다. 어떤 면을 보고 선수를 뽑을것인가? 우선 선수의 타율을 보고 선발할 수도 있다. 타율을 신뢰하기 어렵다면 OPS같은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타석수가 많지 않은 신인 타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타자가 우연히 몸 쪽 낮은 공만 노렸고, 우연히 투수가 몸 쪽 낮은 공만 연속으로 던져줘서 안타를 많이 쳤을 수도 있다. 노려서 친 공이다보니 장타가 되었고, 그래서 OPS도 높아졌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타자는 끝까지 공을 보고 치려고 했고, 강한 투수를 만나서 타율도 OPS도 낮았다. 지표만 보고 선수를 선발한다면 지표가 좋은 선수를 선발해야 하겠지만, 이 선수는 운이 좋아서 지표가 괜찮았던 것 아닐까?

여기까지 따라 왔다면 ‘지금까지 성공 경험이 많았던 마케터’가 훌륭한 마케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성공을 오랜 기간 동안 매우 많이 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10년 동안 좋은 타율을 기록한 타자라면 그 타자는 좋은 타자다. 세이버메트릭스도 필요 없다.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10년 이상 꾸준히 좋은 성과를 냈던 마케터라면 그 마케터는 훌륭한 마케터다. 하지만 그렇다면 좋은 마케터를 발굴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말인가…?

여기서 “Don’t boil the ocean.”이라는 말을 떠올려보자. ‘바닷물을 끓이지 말라’는 의미인데, (1) 문제를 너무 키워서 생각하지 말라 또는 (2) 생각 없이 맨 땅에 헤딩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필자는 보통 후자의 의미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화장품을 팔아야 한다는 미션을 받았다고 해보자. “물광피부! 전구를 100개 켜놓은 듯한 미백효과!” 뭐든 좋으니 일단 유행하는 말을 마구 가져다 붙여서 소재를 만들 수도 있다. 광고 소재를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마구 돌리다보면 터지는게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마케팅하면 하루 하루가 고통의 과정일 것이다. ‘창작의 고통’

마케터가 맨 땅에 헤딩하고 있으면 훌륭한 마케터가 될 수 없다.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정말 그렇다. 맨 땅에 헤딩하지 말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최소한의 생각과 의도는 가진 상태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요즘 유튜브가 유행하는데 우리도 유튜브 해볼까?” 이런 식의 접근은 매우 곤란하다는 것이다. 채널에 대해 고민한다면 “우리 타겟 고객은 40대 남성 고객인데, 이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채널을 사용하는게 좋을까.” 이렇게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이런 기사를 확인해봐야 할테고…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SNS는 인스타그램…40·50대는 달랐다 [김주완의 어쩌다IT]

여러 데이터를 보니 40대 남성은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스토리를 중복해서 이용하는데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은 페이스북이니 페이스북으로 접근해보자.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소재 실험을 통해 얻은 최적 조합으로 밴드와 카카오스토리까지 광고 영역을 확장해보자. 이런 접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만약 밴드나 카카오스토리 중 연령대 타겟팅이 안 되는 플랫폼이 있다면 그 플랫폼에는 도전하지 않는 방법도 있겠다. 데이터를 보니 밴드나 카카오스토리는 40대 뿐만 아니라 50대에서도 이용률이 높으니까. 소재도 마찬가지다. 40대 남성이 그냥 40대 남성이 아니라 자영업자일 수 있다. 그러면 자영업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는 무엇일지 고민해보고, 그 고민을 바탕으로 소재를 만들어야 한다. 있어 보이는 말로는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가설을 수립하고 검증하려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마케팅 액션은 언제나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액션에 앞서 가설을 가지고 있었다면, 액션이 실패한 경우에도 가설이 틀렸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교훈은 다음 액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가설이 없다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알 수 없다. 훌륭한 마케터라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아주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액션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아무튼, 누군가 바닷물을 끓이고 있는 것 같다면 옆에 가서 이야기해주자. 바닷물을 끓이지 말고 가설을 세워서 일을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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