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스타트업에게 마케팅이 중요할까?

‘마케팅이 중요하다.’라는 문장에 동의하는가? 동의한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아마 당연히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문장에 앞서 우리 기업이 처한 환경을 고려해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바로 시장이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으로 이루어진다. 시장 형성 초기에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초과 수요 상태가 일반적이다. 이 때는 마케팅이 불필요하다. 공급자인 기업은 생산에만 힘쓰면 충분하다. 이 상황에서 기업은 ‘어떻게 해야 더 많이 생산할지’ 고민하면 충분하다. 만약 당신의 스타트업이 운 좋게도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마케팅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만들기만 하면 날개 달린 듯 팔린다.

하지만 기업은 이런 시장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수익이 발생하는 시장이 있다면 경쟁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수요를 충당할 만큼 공급이 생기고 이로 인해 초과 수요가 사라진다. 오히려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케팅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다. 기업의 목표가 바뀐다. ‘어떻게 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마케팅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마케팅 개념의 변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과거에는 생산에 초점을 둔 생산 개념으로 시장이 움직였다면, 근래에는 마케팅에 초점을 둔 마케팅 개념으로 시장이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생산 개념의 대표적인 사례가 포드의 T 모델이다.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하여 자동차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put America on wheels) 하지만 근래에는 단지 자동차를 많이 만드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변모했다.

이러한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스타트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큰 혼란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시장을 찾아서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금도, 인력도, 경험도 부족한 스타트업이 초과 공급이 발생하는 시장에서 기존 기업과 경쟁하며 승리할 수는 없다. 스타트업 씬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프로덕트-마켓 핏’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시장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의 함정이 더 존재한다. 바로 해결되지 않은 수요(=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케팅에서는 수요를 더 세분화하여 ‘필요(needs)’, ‘욕구(wants)’, ‘수요(demands)’라는 단계로 설명한다. 필요란 소비자가 느끼는 추상적인 결핍을 의미한다. ‘목이 마르다’는 갈증은 필요라고 볼 수 있다. 욕구란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의미한다.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실 수도 있고 탄산 음료를 마실 수도 있고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 갈증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를 수 있다. 수요란 욕구에 구매력(또는 구매의사)가 결합된 개념이다. 탄산음료로 갈증을 해소하려는 사람이 2,000원짜리 콜라를 살 수도 있고, 1,500원짜리 사이다를 살 수도 있다. 당장 목이 마른데 지갑이 돈이 없다면(=구매력이 없다면) 욕구는 존재하지만 수요는 부존재한다. 2,000원짜리 콜라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서 구매하지 않는다면 구매의사가 없으니 수요도 없다.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았는가?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다시 말해 해결 가치가 큰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필요나 욕구의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면 수요의 부존재에 직면할 수 있다. 스타트업은 마케팅을 하기에 앞서 생산 개념을 적용할지 마케팅 개념을 적용할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생산 개념이 중요하다면 마케팅이 해야 할 일은 ‘초과 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의 발굴’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설명하자면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마케팅 개념을 넘어 ‘사회적 책임 개념’이 대두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호를 넘어 소비자의 철학에 관심을 두는 개념이다. 최근 회자되는 ESG 경영(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도 이러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이나 가격만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환경 보호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는지,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다하는지, 지배구조는 어떤지 고려한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화제가 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