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그립을 인수했다. 카카오의 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 보여진다(“라이브커머스 경쟁력 강화” 카카오, 그립컴퍼니 인수 – IT조선). 카카오의 이름값에 비해,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작다. 2020년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할때 2.9%에 불과하며 이는 1위인 네이버의 6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네이버·쿠팡·신세계 이커머스 왕좌 쟁탈전 – 뉴시스). 20201년 시장점유율 예상치를 기준으로 해도 네이버 19.1%, 쿠팡 17.8%, 카카오 3.2%로 나타난다.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이 부족한 셈이다.
이커머스 산업은 수익성은 비교적 좋지 못하지만 거래액이 크다는 장점과 사업을 확장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커머스의 글로벌 대표주자 아마존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5%를 상회하지만 영업이익의 60%가 AWS 클라우드 사업에서 발생한다는 특이점이 있다(크고 빠른 공룡이 된 아마존… 세상 모든 산업을 연결시킨다 – 한국경제신문). 실질적인 영업이익률은 2%대에 불과한 셈이다. 신세계백화점 같은 전통적 유통기업은 영업이익률이 7%를 상회한다(신세계백화점 재무정보).
하지만 이커머스 산업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았다. 단지 이커머스 사업의 특징이 여러 소매업자를 플랫폼에 불러 모아 소매업자와 소비자를 중개해주는 ‘중개업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보니 이익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광고비를 많이 사용하거나 물류에 투자를 많이 할 경우 이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커머스 산업은 영업이익률이 비교적 낮은 경향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커머스 산업은 거래액이 크다. 네이버 쇼핑의 2020년 거래액은 27조원으로 신세계백화점의 2020년 매출액 7조 7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네이버-카카오, 이커머스 맞불… 구독경쟁 판가름 – 뉴데일리 경제, 신세계백화점 재무정보). 그렇기 때문에 이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큰 거래액으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
또한 네이버 페이와 같이 자사의 핀테크 서비스와 이커머스 사업을 결합하면 새로운 부가가치와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도 있다. 네이버 쇼핑의 경우 네이버 페이로 결제했을 때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포인트 적립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네이버 페이 사용이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사용자가 네이버 생태계에 락인되는 효과를 얻는다. 또한 네이버 페이 사용으로 인해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네이버 쇼핑이 활성화 될수록 네이버 전체의 이익이 커지는 효과를 얻게 된다.
네이버는 네이버 쇼핑과 네이버 페이의 결합을 통해 두 서비스가 모두 활성화되는 효과를 거뒀고, 이로 인해 또 다른 생태계 확장 효과를 거두고 있다. 네이버 페이에 익숙해진 사용자가 ‘네이버 페이’가 지원되는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겼다는 점이다. 네이버가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더라도 네이버 페이 결제가 지원된다면 사용자를 적응시키는 일이 쉬워진다. 이미 일정 비율의 사용자는 네이버 페이 결제 방식에 적응해있다고 가정해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 페이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네이버 페이는 지원되지만 네이버 페이 포인트 적립이 안 되면 아쉬운 경우도 종종 있다. 이미 네이버 페이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네이버가 가장 강력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부분은 ‘검색 광고’다. 네이버 쇼핑과 네이버 검색 광고는 한 몸으로, 네이버 쇼핑이 성장하면 성장할 수록 네이버 검색 광고도 성장하는 구조다. 네이버에서 구매할 물건을 찾고, 쇼핑 광고를 클릭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은 이미 매우 익숙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카카오는 커머스에서의 경쟁 열위로 인해 이러한 효과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물건을 검색해서 구매해본 적이 있는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친구에게 작은 선물을 해본 적은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쇼핑을 하기 위해 카카오톡을 열고 열심히 검색을 했다거나 비교를 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이외에 커머스 시장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라이브커머스 기업 그립을 인수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립의 인수가 카카오의 커머스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아줄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쇼핑과 검색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쿠팡에서 물건을 살 때도 쿠팡 앱 열고 검색, 네이버에서 물건을 살 때도 네이버 앱이나 네이버 접속 후 검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라이브커머스는 이커머스가 가진 신뢰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큰 장점을 가진 판매 방식이다. 하지만 그만큼 규제의 칼날이 들어설 가능성도 높다. 라이브커머스와 가장 유사한 TV홈쇼핑은 면허를 획득해야만 할 수 있는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면허 없이 신고만 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TV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 모두 인적판매를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지금은 라이브커머스 기업이 난립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허가 받은 몇개의 업체로 정리될 것이고 TV홈쇼핑과 유사한 판매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 본다.
물론, 라이브커머스가 규제의 칼날을 피해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TV홈쇼핑이 차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전통적인 이커머스를 밀어내지는 못하고 보완하는 수준에서 머물 것이다. 거래 규모가 아무리 성장한다 하더라도 카카오가 원하는 만큼 커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카카오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이커머스 플랫폼을 인수하거나, 만들어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인수가 가장 빠를 것이다. 규모가 큰 업체는 이미 합종연횡을 마쳤으니 군소업체를 모아서규모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작은 사업을 합쳐 크게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일전에 이야기가 나왔다 무산된 마켓컬리 인수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카카오는 얼마나 이커머스가 하고 싶을까. 카카오의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려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 자가 바로 카카카오의 새로운 빛이 아닐지. 카카오의 마지막 퍼즐은 과연 언제 맞추어질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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