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트렌드, 정말 MZ세대 때문일까?

문화 트렌드를 세대의 특성이나 시대적 배경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MZ 세대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높아진 시대 흐름 때문에 돈을 모으기보다는 일단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는 성향이 있고, 그래서 스시 오마카세나 한우 오마카세 같은 문화 트렌드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분석이 정말 일리 있는 분석일까?

커피부터 한우까지… 2030세대 홀린 ‘별별 오마카세’

MZ세대는 1981~2010년생을 지칭하는 용어인데, 2022년 기준으로 12세에서 41세 사이의 인구 집단을 의미한다. M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로 2020년 중반부터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MZ 세대라는 용어는 한국에서만 사용되고 서구권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구글 검색 결과 한국어 사용자가 영어로 생산한 문서는 찾을 수 있었지만, 영어 사용자가 영어로 생산한 문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또한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 결과와 달리, 구글 트렌드 검색 결과에서는 mz generation이라는 용어의 검색량이 매우 저조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MZ 세대 검색 결과
네이버 데이터랩, MZ 세대 검색 결과
구글 트렌드, mz generation 검색 결과

구글 트렌드, mz generation 검색 결과

또한 MZ세대인 20대~30대가 소비를 많이 하게 되었다는 주장이 과연 사실일까? 일단 국민의 소득 대비 소비 비율을 알기 위한 지표는 ‘소비성향’이다. 실제 벌어들이는 소득 중 사용할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하여 소비성향을 구한다. 20대~30대의 소비성향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한번 살펴보자. 아래는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30대 가구의 소비성향을 시계열 자료로 나타낸 차트다. 우상향하는 흐름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통계청, 1인 이상, 30대 가구주의 소비성향, 2006년 ~ 2016년, 분기별 (직접 가공)

2006년에서 2016년까지는 우상향 흐름이 발견되지 않았다 해도 최근에는 우상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래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30대 가구의 소비성향을 시계열 자료로 나타낸 차트다. 마찬가지로 우상향하는 흐름을 발견하기 어렵다. 참고로, 2006년 ~ 2016년, 2017년 ~ 2018년, 2019년 이후 각각 통계 산출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차트를 분리해서 표시한다.

통계청, 1인 이상, 30대 가구주의 소비성향, 2006년 ~ 2016년, 분기별 (직접 가공)
통계청, 1인 이상, 30대 가구주의 소비성향, 2019년 ~ 2021년, 분기별 (직접 가공)

그러면 30대와 40대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왠지 40대보다는 30대가 돈을 더 많이 펑펑 쓰는 흐름이 나타났을 것 같다. 왜냐하면 MZ 세대는 요즘 것들이고 젊은 놈들이고 돈 쓰기 좋아하는 녀석들이니까. 아래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30대 이하 가구와 40대 가구의 소비성향을 비교한 차트다. 오히려 두 차례를 제외하면 40대의 소비성향이 항상 높았다.

  통계청, 1인 이상, 30대와 40대 가구주의 소비성향, 2019년 ~ 2021년, 분기별 (직접 가공)
통계청, 1인 이상, 30대와 40대 가구주의 소비성향, 2019년 ~ 2021년, 분기별 (직접 가공)

아쉽게도 20대, 30대는 소비 성향이 높지 않다. 늘 쓰던 만큼 쓰고 있다. 그러면 오마카세는 대체 왜 인기가 많은걸까? 그 전에 오마카세가 인기가 많다는 주장은 정말 사실일까? 오마카세가 인기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다. 오마카세는 2018년 2분기~3분기에 수요미식회, 스트리트푸드파이터 등 방송 매체에 언급되면서 폭발적으로 주목을 받은 뒤 관심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오마카세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한우부터 커피까지 다양한 메뉴의 오마카세 식당이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오마카세 검색량
네이버 데이터랩, 오마카세 검색량

하지만 이런 오마카세 트렌드의 특성을 잘 살펴봐야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 떨어져 생긴 결과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이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단지 소비자가 좋아한다고 해서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오마카세가 아니라는 의미다.

오마카세는 음식점 입장에서 아주 좋은 아이템이다. 음식점 산업은 경기 영향을 아주 강하게 받는 산업이다. 경기가 좋으면 영업이 잘 되고, 경기가 좋지 않으면 영업이 잘 되지 않는다. 경기 영향을 강하게 받는 또 다른 산업이 있는데, 바로 유통업이다. 유통업의 대표주자인 대형마트는 경기가 좋을 때 영업이 매우 잘 되지만, 경기가 좋지 않으면 바로 매출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유통기업들은 경기 영향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준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기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유통업 내에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 백화점이 고급화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인데, 소득수준이 높은 집단일 수록 경기에 따른 소비 수준의 변화가 줄어든다. 따라서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는 백화점이 잘 되면 경기가 좋지 않더라도 경기의 영향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2020년, 2021년은 음식점에게 아주 좋지 않은 시기였다. 바로 코로나 때문이다. 많은 음식점이 영업 저조로 문을 닫았고, 영업을 계속 하더라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오마카세라는 아이템은 경기 영향을 줄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아이템 아니었겠는가. 많은 음식점 경영자에게 ‘고급화 전략’을 추구할 수 있는 옵션으로 오마카세가 급부상한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오마카세는 새로운 소비처라고 볼 수 있다. 아래는 한국관광공사의 출국자통계인데, 2020년 이후 출국자 숫자가 폭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여행을 통한 소비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소비성향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고, 새로운 소비 수단을 찾아야 했다. 오마카세는 그 중 하나였을 뿐이다. MZ세대가 소비성향이 크고 YOLO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오마카세 트렌드가 확산된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통계청,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통계, 출국자통계
통계청,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통계, 출국자통계

자, 그렇다면 언젠가 코로나는 끝날텐데 이제 오마카세 트렌드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소비에는 비가역성이 존재한다. 일단 한번 늘어난 소비는 다시 줄어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오마카세에 지출을 시작했으면, 다시 오마카세에 대한 지출을 줄이기는 어렵다. 그리고 오마카세 개념이 커피 수준으로 대중화가 되었다면 이 트렌드는 앞으로 꾸준히 살아남을 것이다. 사장님들이 아주 좋아할만한 아이템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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