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의 심리학과 마케팅

사람은 상황의 동물이다. 같은 사람에게 똑같은 취지의 질문을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답을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상황의 심리학과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심리학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가벼운 이야기다.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면서 주변 지인에게 “이런 사업을 한다면 고객이 될 의향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절대 이렇게 물어보지 말자. 이렇게 물어봤을 때 “아뇨, 안 쓰고 싶어요.”라고 말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대단히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 아닌 이상,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당신에게 “네 아이디어는 별로고, 나는 그거 안 쓰고 싶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그럼 전혀 관계없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떨까? 지인에게 관련 있는 사람을 소개받아 잠재 고객 인터뷰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방법도 별로 좋지 않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해도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 예의를 차려야 하는데 당신에게 “당신 아이디어 별로네요. 난 별로 안 쓰고 싶은데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이렇게 물어볼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고, 그 사람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그 사람의 지인은 어떨지 물어보자.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만약 당신 지인 중 ~~ 이런 사람이 있다면, 이 사업의 고객이 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하면 지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게 그 사람의 본심이다. 만약 누군가의 본심을 듣고 싶다면 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지 말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물어보면 된다.

이런 대화 기법은 다른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회사 대표가 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대표는 팀장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팀장의 의견이 궁금하다. 그런데 팀장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 이 때 대표가 팀장의 진짜 의견을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팀장님 의견은 어떤가요?”라고 물어보면 속내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때는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 같나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팀장이 팀원들에게 물어보고 오겠다고 하면 “그동안 팀원들과 많이 대화해봤을 텐데, 팀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서요. 지금 예상 반응을 얘기해주면 좋겠네요.”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팀장의 프로젝트에 대한 진짜 의견을 알 수 있다. 프로젝트가 진짜 좋은지, 아니면 별로인지.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람은 상황의 동물이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이 점을 잘 활용한다면 마케팅이나 세일즈에서도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변호사다. 의뢰인의 신뢰를 얻고 의뢰인의 기억에 자신을 남겨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때 어떤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까? 우선, 의뢰인을 사무실로 모셔서 방문 상담을 해드린다. 깨끗하고 정돈된 사무실에 의뢰인을 초대해서 단정한 차림으로 맞이하는 것만큼 신뢰를 줄 방법이 또 없다. 다음으로 직접 비용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비용 이야기는 다른 직원의 입을 빌려서 하거나, 다른 직원이 없다면 메일로 한다. 변호사가 비용 이야기를 하면 신뢰가 깎인다. 의뢰인이 비용 이야기를 꺼내거든 직원분께서 안내해드린다고 하거나, 메일로 따로 안내해드리겠다고 이야기해라. 최대한 품위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의뢰인에게 다시, 자주 연락해라. 의뢰인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 연락을 직접 하기 어렵다면 직원을 통해 연락해도 좋다. 연락해서 상담해주지 않아도 된다. “일전에 상담받으셨던 일은 어떻게 되셨나요?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다시 상담을 예약해드릴까요?”라고 물어본다. 계속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세 가지 전략을 이야기했는데, 방문 상담, 비용 언급 금지, 자주 다시 연락하기다. 일단 의뢰인이 우리 공간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 의뢰인은 마음의 빚을 지게 된다. 물론, 그 의뢰인이 나만 만나지는 않았을 테니 그 빚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비용 언급을 직접 안 하면 변호사와 이야기하는 일이 즐거워진다. 돈 얘기는 불편하다. 특히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돈 얘기 하는 사람이 괜히 싫어진다. 마지막으로 자주 연락해서 마음의 빚을 유지한다. 하지만 자주 연락하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다.

마케팅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고객을 웹사이트나 앱으로 끌어들였다면, 유용하거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잔뜩 제공해줘라. 서비스 소개나 홍보만 잔뜩 있다면 누가 마음의 빚을 질까? 비용은 약간 다른 문제이지만, 구매 전환에 실패하고 떠난 고객이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해줘야 한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생각해보면 아주 기본적인 마케팅 프로세스 아닐까? 회원가입에 성공한 경우 뉴스레터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다시 돌아오라는 푸시를 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그러면 당신의 고객은 어떤 상황 속에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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